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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커 [Joker, 2019] - 망상의 춤

춤 출 시간이다. [Daum 영화]

 

 

 

조커 (2019) - Joker

감독: 토드 필립스 / 주연: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이게 안웃기다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말들이 많다. 영화로 인한 여파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쳐 범죄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와 (특히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내에서) 역대 최고의 조커는 누가 차지 할 것인가에 대한 비교까지,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 후에 부정적인 쪽으로 가장 난해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이 영화를 문제 삼는 많은 언론과 대중들에게 [존 윅]의 폭력성과 비교하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 말하는 '토드 필립스' 감독은 아마 몰아치는 논란의 파도를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연출자가 진짜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관객의 의지라면 영화 그 이상으로 받아드리는 것도 관객의 몫이다.

어떤 이들에겐 특히 주인공 '조커'에게 과도하게 몰입하고 공감한 사람들이라면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위험하다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루저도 아닌데 루저인척 할 수도 있다.
확실히 한낱 코믹스 원작의 빌런 영화라 치부하기엔 거대하다.

 

 

 

이것이 삶인가.

 

 

현대 대중 문화의 중심에서 악당의 선두주자를 꼽으라면 코믹스와 영화등을 통틀어 단연 '조커'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과거사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조커라는 캐릭터가 왜 대책없는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코믹스와 영화를 통틀어 그의 예전 이야기를 제대로 다룬 에피소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과거를 자세하기 이야기하지 않으며, 말한다 해도 거짓말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에 나온 조커(히스 레저)가 자신의 입이 찟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조커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이번작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아수라장의 근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관람 후에도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기존에 제작된 DC의 영화에서 완전 독립되어 만들어진 영화이며, 감독에게 연출적 자유를 많이 주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다. 왜냐면 주변 인물에 대한 그의 태도, 그의 생각이 자라나는 출처등이 모두 '망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의 코미디를 무시하지말라.

 

 

어머니 '페니 플렉'과 함께 TV로 '머레이 프랭클린 쇼'를 보는 '아서 플렉'(조커)은 방송국에가서 쇼를 방청하던 때를 상상한다.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머레이와 인터뷰도 하고 직접 무대도 올라가서 그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도 건네 받는다. 이것이 그의 상상과 망상의 중간 어디 즈음, 관객이 알 수 있는 그 시작이다.

과거의 회상이 아닐까라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중반에 '머레이 쇼'에서 머레이가 아서의 스탠딩 코미디를 비웃는 장면을 통해 정확히 확인 할 수 있다. 굳이 이 장면까지 안보더라도 쇼에서 아서가 유독 주목 받는 장면은 현실감이 없는 장면으로 연출되어 자연스럽게 망상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페니 플렉'은 매일같이 고담의 사업가이자 유명인인 '토머스 웨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느 날 그녀의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 본 아서는 어머니와 웨인의 관계를 알게 되고 자신이 그의 아들이란 사실에 경악한다. 후에 극장에 몰래 들어가 웨인과 대면하는 아서는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 밝히지만, 웨인은 당신은 입양아이며 당신의 어머니는 미쳤다고 말한다. 관객은 웨인을 나쁜 아버지라 비난함과 동시에 뜻밖의 정보에 의심한다. 두 모자에 감정을 이입하던 중에 조금은 짐작했던 그들의 정신적 불안함이 선명해진다.
기존에 나온 배트맨 시리즈의 '토머스 웨인'이란 아버지상은 엄청난 부자이며 저명한 사업가이지만 빈곤층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왜 유독 [조커]에서 그는 악랄한 상류층으로 그려지는 것일까? 감독의 자유로운 설정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웨인을 대하는 빈곤층의 부정적 태도를 아서를 통해 증폭시켰다고 본다. 또한 그를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결정적 인물이 필요하다. 웨인을 보는 곱지않은 시선은 아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내 아들은 배트맨이라니깐.

 

 

아서는 사람들이 항상 무례하다(rude)고 말하는데 그 정점에 자신이 아버지라 믿은 남자에게 존재를 부정당한다. 

아캄 정신병원에 찾아가 어머니의 진료 기록을 본 아서는 '페니 플렉'은 망상증 환자이고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가장 끔찍한 진실은 태어날때 부터 있었다고 믿었던 아서의 웃음 질환은 페니의 학대로 인한 후천적인 상처였다.

진실이라 믿었던 어머니의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자신의 믿음마저 거짓이 되어버린 순간. 어머니의 망상은 정황상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되물림되지만 풀리지않는 의문. 아서는 입양아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탄생한 이 폭탄은 여전히 진짜 근원을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사장에게 주의를 듣고 돌아온 억울하고 분한 날. 아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딸과 함께 있는 이웃 '소피'와 조우한다. 그들은 점차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허나 어머니 페니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밤. 소피의 집에 무단침입 해 들어와 앉아 있는 아서를 보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고 모든 것이 아서의 망상이었다는 정확한 반전을 과거의 장면을 통해 증명한다.  

 

위에 서술한 모든 것으로 관객은 그의 상상과 함께 하며, 어디부터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이었는지 분주하게 골라내기 시작한다.

 

 

 

날 조커라고 소개시켜주세요.

 

 

힘들게 계단을 오르던 상승의 이미지와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던 그의 광기가 비교된다. 살인 후 해방된 듯 흐느적 거리는 그의 춤사위 때문의 폭력성이 미화 되었다는 갑론을박이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 살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 때문에 더욱 리얼하게 표현된 점에서 필자 역시 영화의 위험성을 공감한다. 

 

아서가 점점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오직 주인공에 집중한 영화이기에 감정 이입도는 무척이나 높았다. '호아킨 피닉스'의 온도를 알 수 없는 연기는 여전히 날 놓아주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코미디언을 꿈꾼는 아서. 타인을 웃겨서 살아가는 직업을 원하는 자가 자신의 웃음을 조절 할 수 없는 병에 걸린 심각한 아이러니. 대중과 엇갈리는 웃음의 타이밍.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는 또는 이해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시작부터 이미 망상이었다. 그래서 어이없는 이 세상속에 단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었던 아서는 삶이 비극이 아닌 코미디임을 깨닫는 날 조커로 데뷔한다.

단독 빌런 영화에서 이 정도 파위를 보여주다니 놀랍고 신선했다. 빌런의 코믹스를 기반으로 했지만 약점을 가지고 시작해 각성을 통해 완성되는 영웅 서사를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이다.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몇몇 상징적 장면이(손가락을 총구 모양으로 관자놀이에 대는) 떠오른다. 

음산한 사운드, 분위기와 대조적인 밝은 음악등은 상황의 아이러니는 표현하기에 너무 적합했다.

후반에 홀로 남은 '부르스 웨인'과 애시당초 잃을게 없었던 '조커' 대비는 무척 인상깊었다.

 

무조건 보고 판단할 영화다. 남의 감상을 진실로 믿게 되면 자신의 생각인양 믿게된다. 그게 망상이다.

 

 

 

 

 

 

 

이미지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5080#1333773
                  https://www.youtube.com/watch?v=zAGVQLHvw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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