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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What We Do in the Shadows, 2014] - 귀여운 뱀파이어 친구들

수치의 행진을 실시하라! [네이버 영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2014) - What We Do in the Shadows

감독: 저메인 클레멘트, 타이카 와이티티 / 주연: 저메인 클레멘트, 타이카 와이티티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데려온걸까.

 

 

 

2014년 18회 부천 영화제에서 상영 되었던 무시무시하고 깜찍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와 '저메인 클레멘트' 두 남자가 연출한 페이크 다큐 코미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What We Do in the Shadows)]. 오늘의 영화 침략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뉴질랜드의 한 비밀 집단에서는 성스럽지 못한 가장 무도회라는 특별한 행사를 위해 다같이 모인다. 무도회가 있기 몇달 전에 한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이 집단 가운데 작은 그룹을 취재 할 기회를 얻었다. 촬영 팀의 모든 멤버는 십자가를 착용하였고, 이 영화의 촬영 대상들로부터 안전할 것임을 약속 받았다.' 

알람소리가 울리고 한 뱀파이어가 관에서 일어난다. 공동 주택에 사는 뱀파이어 '비아고'(타이카 와이티티)는 잠자는 친구들을 깨우기 위해 각각의 방으로 찾아간다. 반항적이고 가장 어린 나쁜 남자 컨셉의 뱀파이어 '디컨'(조너선 브로), 경험많고 고문을 좋아하지만 숙적인 '비스트'에게 패배한 후 힘이 좀 약해진 '블라디슬라브'(저메인 클레멘트), 18세기 귀족이자 잔소리쟁이 사랑꾼 '비아고'(타이카 와이티티), 디컨을 물어서 뱀파이어로 만든 가장 나이많은 뱀파이어 '피터'. 이 네 친구들은 집 청소에 대한 회의나 식량(인간)을 구하기 위해 저녁에 바를 돌아다니며 생활한다. 

디컨의 하수인인 '재키'는 뱀파이어가 되기위해 온갖 잡일을 하며 그를 모시고 먹이가 될 제물로 지인인 '닉'을 공동 주택으로 끌어들인다. 저녁 식사중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 닉은 비아고, 디컨, 블라디슬라브에게 쫓기다 결국 피터에게 물려서 신참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 친구들에게 닉은 자신의 절친인 '스튜'를 소개 시켜주고, 스튜는 뱀파이어 친구들에게 컴퓨터나 핸드폰등의 신문물을 가르쳐주고 사랑받는다. 닉은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비밀을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다가 그의 경솔함에 분노한 디컨과 한 바탕 싸움을 한다. 닉의 부주의로 결국 피터는 죽게되고 친구들은 닉을 그들의 크루에서 쫓아낸다.


그로 부터 몇 달후, 무도회의 초청장을 받은 뱀파이어 친구들. 그 편지 안에는 블라디슬라브가 그토록 증오한 '비스트'의 이름이 언급되어있는데...

 

 

 

'비아고'역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미소가 귀엽다.

 

 

뱀파이어의 특징

캐릭터의 약점은 스토리가 있는 모든 이야기와 매체에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소금과 같다. 
히어로, 스릴러, 멜로, SF 영화 등등 캐릭터를 곤란하게 만들 중요한 사건의 모티브로 약점은 모든 영화에 통용될 수 있다. 그럼 코미디 영화 캐릭터가 가진 약점은 단순히 멍청함으로 설정하면 될까?
예전 코미디 영화에서는 약점을 '바보'라는 단순한 캐릭터로 잡았다. 바보는 낮은 계급의 소외층이 많았고, 일반적이지 않은 분류이며 특별한 능력이 없다. 때문에 엉뚱한 행동(슬랩스틱 코미디나 코미디언 각자의 개인기)으로 웃기게하면 그 뿐이었다.
허나 현대에는 이 약점을 인물이 가진 '착각'으로 대처한다. 캐릭터들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거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 착각한다. 자연스럽게 기상천외한 상황들도 함께 발생한다. 단순히 웃기기만 했던 캐릭터는 다양성을 얻게 되고, 선천적 바보가 아닌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을 경험한다.  

 

 

 

뱀파이어는 초대받아야만 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특징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들의 강점과 약점까지 포함해서.

- 관 속에서 산다.
- 사람의 피를 마셔야 산다.
-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살거나 영생한다.
- 사람을 현혹하고 조종할 수 있다.
- 인간을 물어서 뱀파이어로 변화시킬 수 있다. 동료를 늘릴 수 있다.
- 박쥐로 변신하고 하늘을 날 수 있다.
- 거울을 통해 보면 비치지 않는다.
- 뱀파이어나 악마들은 초대를 받아야만 타인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
- 늑대인간은 그들에게 천적이다.
- 뱀파이어를 따르는 하수인이 존재한다.
- 십자가와 마늘을 싫어하고 가슴에 말뚝을 박으면 죽는다.
- 햇빛을 받으면 타서 죽는다.

이 영화는 내가 기억하는 일반적인 뱀파이어들의 특성을 거의 다 이용해서 코미디화 시켰다. 하지만 특성만을 부각한 것이 아닌 공동 주택에서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남자 뱀파이어들이란 설정을 더한다. 이들은 고전 영화에서 등장했던 뱀파이어들의 패러디이자 오마쥬이다.

자신들만의 규칙들로 폐쇄적인 삶을 살지만 해가 떨어진 저녁에는 거리를 활보하며 클럽이나 바에 들어가 인간 사냥을 한다. 패션 감각은 고전 삽화의 귀족들이나 입을 옷을 멋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이나 핸드폰같은 것은 전혀 모르는 기계치이다. 그들은 바보는 아니지만 과거의 유물과 같은 존재이고 스스로를 품위있는 종족이라 착각한다. 어리숙한 부분이 있다면 항상 규칙을 지켜며 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절대 과감하고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 때문에 더욱 소심해 보인다.
외모는 젊을지 모르지만 실제는 전부 죽었을만큼 나이를 많이 먹은 종족이며, 이를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들로 그려놓은 것이 매우 흥미롭다. 

 

 

 

'블라디슬라브'역에 '저메인 클레멘트' 감독. 전형적인 남작의 이미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뱀파이어의 강점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디컨'과 하수인 '재키'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결혼해서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는 여성 '재키'는 4년 넘게 '디컨'의 하수인을 하고 있지만 특별한 일이 아닌 귀찮은 일 투성이다. 피 묻은 옷을 빨래하고 피가 가득한 바닥을 청소를 하거나 먹이가 될 인간들을 공급하는게 대부분이다. 
'디컨'이 필요로 하는 것을 메모하다가 자신이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영생하게 끔 뱀파이어로 만들어 달라하지만 '디컨'은 딴청이다.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그녀에게 "사라져라."라고 명령하면 최면에 걸리듯 그녀는 "네."라는 한마디와 함께 순순히 물러난다.
주인과 하수인의 관계를 마치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처럼 그려놓았다. 사회에 대한 풍자와 위트를 주종 관계의 캐릭터들을 통해 어이없고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재키'가 하는 일이라곤 뒤치닥거리 뿐.

 

 

다큐멘터리 형식

원제는 [우리가 그림자 속에서 하는 것(What We Do in the Shadows)]이지만, 뱀파이어들을 다큐 형식으로 촬영한다는 설정 때문에 이상한 제목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빌린 코미디이기 때문에 뱀파이어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나 등장인물들이 카메라를 인식하고 쳐다보는 순간들이 많다. 몇몇 조연들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큐멘터리의 형식 때문인지 오히려 어색한 연기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주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늑대인간이 되는 '스튜'는 진짜 비전문배우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서 저런 사람을 데려왔는지 놀라울정도)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스튜'. 그냥 민간인같다.

 

 

나름대로의 씬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뱀파이어의 삶을 밀착 취재하는 느낌이라 에피소드나 동선들이 자유로워 보인다. 
스토리가 중심인 영화였다면 오히려 표현하지 못할 순간들을 다큐멘터리가 가진 돌발성이나 카메라의 역동성으로 실감있게 다루어졌다. 
저녁 식사에 초대된 '닉'을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쫓아다니고, 세명의 뱀파이어 친구들은 유령의 집에 괴물들처럼 튀어나온다. 또한 서로 시비를 거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만남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동네 친구처럼 그려져서 재미있는 긴장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코미디이며,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잘 풀어낸다.

 

 

 

사건 파악이 안되는 경찰들. 

 

 

좀 허접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뱀파이어가 가진 온갖 특징을 정말 디테일하게 고찰해서 코미디로 승화시킨 영화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설정을 조금 비틀어 버린 특유의 재미가 있었다. 특히나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고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어서 더욱 빛이 났다. 저예산 영화지만 괜찮은 분장과 의상, 삽화와 사진을 쓰는 방법, 필요한 상황에만 허용하는 CG까지...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만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뱀파이어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닐까한다.


마블 시네마로 덩치가 커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준비하고 있다.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처럼 그가 가진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새로운 영화에 꼭 발현되길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11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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