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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빅 이어 [The Big Year, 2011] - 승리와 가족사이

누가 가장 많이 볼 것인가. [Daum 영화]

 

 

 

빅 이어 (2011) - The Big Year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 주연: 스티브 마틴, 잭 블랙, 오웬 윌슨, 로자먼드 파이크

 

 

봤어?

 

 

[밴드 오브 브라더스],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안투라지]로 드라마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남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의 2011년작 [빅 이어]를 소개한다.


19세기 미국에서는 하루동안 가장 많은 새를 사냥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를 개최하며 성탄절을 기념했다. 하지만 1900년 '오듀본 협회'의 조류학자 '프랭크 챔프맨'은 대회 방식을 바꾸는 걸 제안했고 결국 오늘의 테마 '빅 이어'가 창설된다. 빅 이어란? 일년 동안 북미에서 가장 많은 새를 '본'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 그냥 새를 보는 것이다.
2003년에 뉴저지의 지붕업자 '보스틱'(오웬 윌슨)이 우승했다. 그가 본 새의 종류가 자그만치 732종. 
엄청난 기록을 가진 사나이지만 새에 미쳐 가정에 소홀한 남편! 불임 치료를 받고있는 부인 제시카(로자먼드 파이크)는 남편의 이런 광적인 행동이 야속하기만 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36살의 이혼남 '브래드'(잭 블랙)는 보스틱의 기록을 깨고 싶어하고, 은퇴한 대기업 사장 '스투'(스티브 마틴)는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일인 '빅 이어'를 하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간다. 
어느 해 2월 오리건주 '쿠스 베이'. 서로의 '빅 이어' 참가 사실을 숨긴 채 눈치보는 브래드와 스투. 그리고 챔피언 보스틱 세 사람의 운명적 만남. 과연 우승자는 누구?

 

 

 

숨길 수 없는 그의 표정.

 

 

대회

이런 대회가 진짜 있어? 라는 의구심과 더불어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그냥 새를 보는거니까! 그래서 빅 이어를 처음 접하는 우리가 궁금해 할 만한 Q&A가 나온 영화 속 장면이 있어 글로 살짝 옮겨본다.

1. 새의 사진을 꼭 찍어야 되나요? 그것이 규칙인건가요?
아뇨, 믿지 못하겠지만 오래된 관행인데, '무감독' 제도입니다. 

(감독관이 없으니 안찍어도 된단다. 이게 가능한가? 증거를 남겨야 할텐데.)

2. 그냥 안봤지만 봤다고 하면 안되는건가요?
안됩니다. 그게 어떤 새인지 알려면 그 새의 소리를 들어야하니까요.
(새의 소리를 듣는것이 일종의 증명이 되는듯. 그럼 찰나의 순간 보거나 멀리 있는 새의 소리는 어떻게 들을까. 
이것도 허술할 수 있지만... 결국 양심의 문제라는건가.)

3.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데요?
진귀한 새라면 당신도 사진을 찍고 싶지 않겠습니까? (카메라는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한다. ABA(American Birding Association)라는 사이트가 존재한다!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카테고리나 기타등등 제한이 있어 다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굉장히 전문적이다. 이건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새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들어가보시기를. 희귀종부터 이쁘고 멋진 새들을 실컷 볼 수 있다. 

 

 

 

ABA - American Birding Association

The American Birding Association is a non-profit 501(c)(3) organization that provides leadership to birders by increasing their knowledge, skills, and enjoyment of birding.

www.aba.org

 

이 정도는 봐야 1등이지.

 

 

코미디 배우들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미국 남자 배우 중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카렐', '짐 캐리' 등등의 출중한 배우들이 있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에 좀 더 특화 된 사람은 역시 '잭 블랙'이 아닐까한다.  
[화성 침공]에서 단역으로 나올때만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네겐 너무 가벼운 그녀]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쿵푸팬더]까지 이젠 코미디 대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빅 이어], [버니]에서처럼 드라마 장르의 영화도 너무 잘 소화를 하는 매력남이다. 이처럼 철 안든 어른역, 애처로운 뚱땡이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아마 나처럼 쳐진 중년들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루저의 아이콘같이 되어서그런게 아닐까 싶다. 동명의 영화로도 있는 밴드 '터네이셔스 D'의 메인 보컬이기도 하다. 락덕후. 

 

 

 

익살과 연민을 함께 가진 '잭 블랙'.

 

 

'스티브 마틴'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겠지만 80~90년대 미국 코미디에서 대단히 날리던 분이다. 
[신부의 아버지], [보우핑거], [핑크팬더]같은 영화는 요새도 볼 만큼 재미있다.  
잔잔한 미국 코미디 영화의 대가이고, 머리가 예전부터 하얀색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항상 따뜻하고 재미있는 순박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 그가 출연한 영화는 어릴 때 관람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성인 영화보다는 전체 관람가에 어울리는 남자. 
[빅 이어]에서도 역시 따뜻한 아버지, 든든하고 돈 많은(?) 조언자의 역으로 나온다. 자신의 역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스티브 마틴' 처럼 고정화된 이미지를 가진 배우도 있는데, 변화무쌍한 시도만큼 후자 쪽 역시 어려운 일인것 같다. 자신의 부드럽고 재미있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기분 좋아지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따뜻한 아빠 '스티브 마틴'.

 

 

'오웬 윌슨'은 '웨스 앤더슨' 감독과의 작업에서 많이 본 배우이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와 [이스케이프]에서 굉장히 인상깊게 본 배우이다. 사실 시나리오 작가도 겸하는 재주가 많은 배우. 
코미디에 많이 나왔지만 사실 이 분의 연기를 보고 웃은적이 거의 없다. 위에 두 배우처럼 개인기로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 속의 상황에서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때 처신하는(?)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또 찌질한데 자신은 그렇지 않은 척하는 불쌍한 남자역도 잘하는 분. 그래서 다양한 역할 속에서 연기의 변신이 미묘하게 바뀌는 전천후 연기자다.
코가 되게 독특하게 생기셔서 절대 까먹을 수 없는 얼굴. 심심하다고 느끼는 역을 항상 자연스럽게 소화해서 영화 전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다.

 

 

 

묘한 코 '오웬 윌슨'.

 

 

남자와 가족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않고 항상 간직하고 있었던 '브래드'.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행복의 다음 단계로 더 큰 부귀영화를 선택하지 않은 '스투'.
인생에 진짜 미쳐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 외에는 주변을 절대 보지않는 '보스틱'.

 

 

 

아빠와 아들의 대화는 어렵다.

 

 

'브래드'의 아버지는 '빅 이어'에 참가하는 아들이 못마땅하다. '브래드' 역시 초반에는 자신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달가워하지 않는 아버지가 밉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버지에게 자신이 직접 찍은 새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 중 모든 사람들이 과소평가하는 새 '미국 검은가슴물떼새'를 가장 좋아한다 말한다. 아들은 사랑하는 새의 위대함을 설명하고 아버지는 자식의 마음을 이해한다.

'스투'는 대기업의 중역이다. 회사에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빅 이어'에 참가한다는 스투가 회사일에 소홀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아내만큼은 그의 참가를 응원한다. 바쁜 삶 속에서 그가 꿈꾸던 대회에 참가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항상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이 있다. 사업적인 성공이나 대회에서의 1등보다도 가족의 품이 그에겐 항상 우선 순위이다. 

그러나 승리한 '보스틱'의 말로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부인과 함께 병원에 가기로 한 날에도 새를 보기위해 차를 돌리고, '빅 이어'의 참가때문에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서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다. 그의 마음속엔 새를 위한 집착만이 가득하다. 자신의 승리가 아내의 승리와 이어질거라는 착각을 하고 사는 남자. 대화는 단절되고 승리의 열매는 쓰다.

 

 

 

미국검은가슴물떼새.

 

 

'빅 이어'는 남자들의 시험대이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자만이 안식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 모두의 행복이 아닌 스스로의 구원을 원한다면 '보스틱'처럼 자신만의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브래드'처럼 사랑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얻을 수도 있다. 다행이도 그녀는 같은 취미와 열정을 지니고 있는 '버더'.

다수의 행복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대회에 참가한 세명의 남자를 통해 보여준다. 결과가 어떻게 끝나든 그 모든 과정에서 반드시 얻어야하는 것은 '가족'. 철없는 남자들의 몫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

 

 

지인 분 중에 기차가 달려가는 영상을 틀어놓고 근무하는 분이 계셨다. 그는 소위 말하는 '기차 덕후'. 주변분들은 '취향 존중'이라 하셨고, 나는 무척이나 별난 광경이라 느꼈었다. 나중에 회사를 관두고 철도청인가 지하철 관련된 업무를 찾았다고 들었다. 멋지다. 그리고 부럽다.

뭐 하나에 그렇게 미칠 수 있을까. 난 평생 그런 적이 있었던가. 나의 열정은 어디간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리뷰를 쓰는 나를 돌아본다. 난 과정을 사랑하는 걸까, 급한 결론만을 내리려는 걸까...
 
별다른 사건이 없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이 영화를 좋아한다. 일에 몰두하지 못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 보면 열정이 조금 살아난다고나 할까.
결과를 알고 달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누구나 불안해 하는 것은 마찬가지. 어쩌면 과정의 경험이 승리의 맛보다 수백 배의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삶의 '빅 이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진짜 삶의 행복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우선 그들처럼 밖으로 나가 좀 달려야겠다.

 

 

 

갈매기. 학명 'Larus canus'. 몸길이 약 40 cm. 서해안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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