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밤 늑대옷을 입고 장난치던 맥스는 엄마에게 벌을 받아 방에 갇히게 되었어요.
맥스가 자기 방에서 벌을 받는데 글쎄 방이 밀림과 강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맥스는 배를 타고 괴물들의 나라로 가서 괴물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놀았답니다.
그러다가 맛있는 음식냄새를 맡고는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지요. 엄마가 맥스의 방에 저녁을 차려놓으셨거든요.
칼테콧 상에 빛나는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맥스의 여행속으로 함께 떠나봐요.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는 미국의 유명한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모리스 샌닥'(Maurice Sendak)의 1963년에 발행된 어린이 그림책이다. 무슨 상을 받던 애들이 뭘 알겠냐만은 책을 사주는건 부모님들이니... '칼데콧 상'은 미국 도서관 협회가 미국에서 출판된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게 수여하는 굉장히 권위있는 상이다.
화풍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독특하고 괴기스럽다. 아마 이런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모리스 샌닥'의 유년시절의 영향일지 모르겠다. 작가의 부모와 친척들은 폴란드 출신의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였고, 그가 십대 초반 시절 유대인 대학살로 유럽의 가족들이 사망했다.
화풍과 그림책의 내용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처음에 도서관에서 대출이 금지된 서적이었고, 비평가들에겐 부정적 평가를 받은 책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열광이 있고 몇 년 후에야 이 책의 진가를 알았다고 전해지는데...
외국의 소년 소녀들은 이런 화풍을 좋아하나보다. 아마 책의 내용때문에 그토록 좋아했을수도 있다. 과연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이런 동화책을 좋아할지 사뭇 궁금하다. 독특한 그림에 끌려서 나도 한 권을 소장하고 있다.
엄마가 소리쳤어.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맥스도 소리쳤지.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거야!"
그래서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둬 버렸대.
당시에 이 책이 이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작품의 해설에서 설명한다. 아이를 더 이상 유약한 존재로만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 지금이야 어른보다 더 영악한 아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그 땐 이런식으로 반기를 드는 내용의 그림책은 없었나 보다. 괴물이라고 말하는 엄마를 잡아먹겠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나?
'맥스'는 소위 말해 말썽쟁이. 벽에 못을 박고, 포크를 들고 강아지를 뒤쫓는건 약과. 괴물들을 조우해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왕의 자리를 꾀차는 아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줄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는 일반적인 소년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60년대 나온 캐릭터라지만 사실 지금의 아이들의 모습과 가장 가깝다.
세상에 모든 '애새끼들'이 그런 '어린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불행히도 세상의 미달이들은 이런 '어린이'가 아니다.
그들은 대체로 탐욕 덩어리라서 갖고 싶은게 언제나 많고 게다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잘 포기하지 않으며 틈만 나면
고요한 세상의 질서를 교란하고 어른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그들은 부모의 파탄을 누구보다도 먼저 감지하고 영악하게 머리를 굴린다. 아이들은 난파선의 쥐처럼 궁핍과 파산의 조짐을 눈치챈다. 그럴 경우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몸을 낮춘다. 가난하진다는 것 부모가 헤어진다는것. 이것은 애들 입장에선 버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애들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애쓰고 부모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 노력한다. 아이들은 약한 존재다.
약한 만큼 비굴하고 약한 만큼 눈치가 빠르다.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 미달이 VS 차스키 에피소드 출처]
그림책은 그림을 감상하며 빨리 읽는 것이 일반적인 감상패턴이지만, 이 책은 좀 더 천천히 읽기를 권장한다. 책에서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방식이 매우 훌륭하다.
장난을 칠 때는 아주 좁은 프레임에서 시작하고 벌을 받고 방에 갇히면 책의 한 페이지 정도가 '맥스'의 방 크기다.
'맥스'의 방은 숲이 되고, 바다를 항해 할 때 즈음에 일러스트는 옆 페이지까지 확장되어있다. 괴물들의 세상에 다다르면 책의 전체를 그림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쓴다. 흡사 영화의 화면 비율을 그림에 적용시킨 것 처럼, 괴물들의 섬에서 뛰어 놀 때는 웅장한 와이드 스크린의 느낌도 받는다.
시간을 압축하고 늘리는 변화도 발견하게 된다. 장난치다 엄마에게 혼나는 몇 시간, 항해를 하는 몇 년의 긴 시간등은 일러스트가 활용되는 방법과 대사가 잘 어울어져서 그림책이 가진 편집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장면 하나하나가 '맥스'의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게 그려낸다.
이런 크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으로 '맥스'의 상상력과 심리적 상태도 엿볼 수 있게 된다.
어디서 움츠려드는지 어디서 자유를 느끼는지 독자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뮤지컬로도 제작된 이 책은 [그녀],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등 끝내주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감독
'스파이크 존즈' 에 의해 2009년 영화화된다. 책보다 '맥스'에게 다양한 감정을 추가해서 좀 더 풍부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괴물 캐릭터들의 개성과 인격을 부여해 '맥스'가 심리적으로 더욱 동요를 받게 만들었다.
걱정되는 것은 그림책의 분위기와 괴물들의 외향묘사를 영화에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오... 감동받았다.
전형적인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맥스'가 조금이라도 철이 들기위한 어떤 계기나 구성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부모님들이 속상할 때 자주하는 말씀. '나중에 결혼해서 너 같은 자식 한 번 낳고 살아보면 내 심정을 이해할거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맥스'는 괴물 나라의 왕 역할이지만 한 편으로 괴물들에겐 친구이자 부모같은 역할로 나온다. 자신들을 만족시킬만한 통치력을 바라는 괴물들에게 어리숙한 맥스의 임기응변이 잘 통할리가 없다. '맥스'는 투덜대는 '캐롤'이나 관심받고 싶어하는 '알렉산더'나 비호감 '주디스'에게서 거울을 바라보듯 자기자신을 발견한다. 넌 통제불능이라고 말하던 엄마처럼 '캐롤'에게 똑같이 대한다.
또한 성장 영화에서 친구의 죽음이나 그와 비슷한 공포감은 어린 주인공들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한 '태양의 죽음'이나 화난 캐롤의 '폭력성'같은 것은 '맥스'에게 적잖은 충격이다.
하지만 이런 충격과 공포는 맥스안의 광폭성과도 비슷하다. 처음엔 인정 할 수 없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드는 생각은
저 괴물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 이를 깨닫는 순간 아이는 조금씩 성장한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음성을 성우가 아닌 유명배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에선 인기있는 젊은 스타들의 더빙으로 욕을 먹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닌데...
성우란 우선 목소리가 멋져야한다는 생각이 우선이겠지만, 사실 성우(聲優)의 이 '우(優)'가 중요하다. 배우(俳優)의 '우(優)'와 같은 뜻으로 목소리 '연기'를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업]의 '칼' 할아버지 한국어 더빙을 들어보시길. '이순재' 선생님 정말 잘하신다)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을 더빙하는 개념의 영화는 아니지만 괴물들의 대사나 표정을 맛깔스럽게 살리는 목소리 연기가 대단하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도 한 연기 하시는 멋진 배우분들이 나온다.
통제 불능의 '캐롤'은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명배우 '제임스 갠돌피니'.
딴지 잘 거는 '주디스'는 [나 홀로 집에]의 영원한 케빈 엄마 '캐서린 오하라'
'주디스'의 연인이자 사랑꾼 '아이라'는 연기의 [고스트 독] '포레스트 휘태커'
극중 가장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더글라스'는 [본 아이덴티티]의 나쁜 간부 '크리스 쿠퍼'
가장 작은 괴물이자 관심종자 '알렉산더'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미친 청년 '폴 다노'
마지막으로 올빼미 '밥'과 '테리'의 목소리는 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직접 맡았다.
동화책의 꿈과 같은 이야기를 참 잘 다듬은 영화이니 아이들과 함께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책과 영화를 동시에 봐도 무리가 없다. 서양의 괴물 디자인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비추.
이미지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386117/mediaviewer/rm217386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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