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2015) - Straight Outta Compton
감독: F. 게리 그레이 / 주연: 오시어 잭슨 주니어, 코리 호킨스, 제이슨 미첼, 폴 지아마티
난 비록 아저씨에 힙알못이지만 랩을 좋아한다. 잘 쓴 가사를 곱씹으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더라.
'플로우'니 '라임'이니 '펀치라인'이니 그런거 몰라도 좋은 걸 어찌하겠나. 요새는 힙합이 문화와 산업의 한 양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지만 초반엔 수월하지 않았다. 길거리에 나온 DJ들의 스크레치로 선보인 공연 아닌 공연이 그 시작이다. 특히나 갱스터 랩은 더했다. 흑인갱들이 가운데 손가락 치켜세우며 내뱉는 말들을 곱게 들어 줄 어른들이 어디있을까.
그래서 힙합 이야기가 나온김에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을 만든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2015년작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을 소개한다. [8 마일], [허슬 & 플로우]등의 힙합을 소재로 한 영화나 '투팍', '노트리어스 비아이지'의 전기 영화같이 미국 힙합 문화를 다룬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있고,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은 후자에 영역에 속한다.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이지-E, MC 렌, DJ 옐라. 지금은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스타들이 1988년도에 결성한 N.W.A(Niggaz With Attitude)의 슈퍼 히트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과 동명인 영화. 그룹의 탄생과 성공, 멤버간의 갈등, 화해의 구조등을 정공법으로 묵묵히 보여준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힙합이 삶 자체였던, 악당이자 예술가로서의 이야기를 극 영화로 잘 풀어냈다.
<가운데 위를 중심으로 시계방향 순. F.게리 그레이 감독님(영화에도 잠깐 나옴), 닥터 드레, 코리 호킨스(닥터 드레역), 제이슨 밋첼(이지 이역), 오시어 잭슨 주니어(아이스 큐브역 _ 큐브의 진짜 아들), 아이스 큐브>
이 영화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과 너무 닮았다는 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놀랍고(심지어 단역으로 나오는 '투팍'과 '스눕 독'까지도),
특히 '아이스 큐브'역을 맡은 '오시어 잭슨 주니어'는 아빠와 판박이다. 이런 캐스팅 덕에 관객들은 영화를 더욱 흥미롭고 사실감있게 즐길 수 있다. 연기들도 과하지않고 자연스럽다.
디트로이트 공연에 앞서 'N.W.A'에게 경찰이 경고한다.
음주, 선동, 폭력 행위 등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되며, 특히 [Fuck the police]는 공연 때 부를 수 없다는. 이를 어길 시 체포 할거라고 악동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데...
경고를 받은 후 'N.W.A'의 공연 씬. 그들의 음악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더할 나위없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화의 막바지.
'이지 이'의 죽음 뒤, 회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 '슈그'에게 화가 난 '닥터 드레'가 '데스 로우 레코드'와 안녕을 고하는 장면. 영화의 극적 연출을 위해 만든 듯 인위적인 냄새가 좀 나긴하지만, 때론 멋지게 꾸며진 장면 하나가 잘 먹힐 때도 있다.
애프터매스 엔터테인먼트 <Aftermath Entertainment>
'데스 로우 레코드(Death Row Records)'와 결별 후 1996년도에 'Dr. Dre'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 요즘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레퍼들 중 일부는 거의 다 '애프터매스'와 계약했다고 봐도 된다.
초반부터 잘 풀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회사였지만, 1998년 디트로이트 출신 랩퍼 '에미넴(Eminem)'과 계약함으로 빌보드의 판도를 흔든다. 그의 첫번째 앨범[The Slim Shady LP]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함으로써 본격적인 성공의 시작을 알린다. 2003년에는 '50센트(50 Cent)'의 데뷔 앨범 [Get Rich]를 선보이고,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더 게임(The Game)'등을 거쳐 결국 2011년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까지 합세한다.
수 많은 랩퍼들이 계약상, 개인적 문제로 머물다가 떠나간 전설의 메카이며, 자신의 출신 컴턴(Compton)을 잊지않는 'Dr. Dre'의 자부심이 스며있는 곳.
전 멤버로 50센트, 더 게임, 버스타 라임즈, 라킴등이 있고, 현 멤버로 닥터 드레 본인과 에미넴, 켄드릭 라마, 앤더슨 팩등이 있다.
그래서 이들이 위대하다는 건가? 표면적으론 그렇다. 일단 슈퍼 스타란 측면에서.
억압과 편견을 이겨내고 정상에 서는 스타들의 이야기는 식상하기도 하지만 멋지지 않는가.
그럼, 인종 차별의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갱과 예술가의 생활을 동시에 했던 그들의 삶을 이해해 보자는 걸까?
그들과 같은 환경 같은 인종이 아닌 나로서는 이해 할 수 없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지! 라는 훈계를 하기도 싫다. 단지 미국의 흑인 래퍼들이 왜 랩과 힙합을 무기로 삼았는지 살펴보면, 지금 거리에서 들려오는 수 많은 랩들의 발판이 마냥 멋지지만은 않았다는 걸 알게된다.
미국처럼 총으로 제압하는 경찰과 갱들이 없는 단일 민족의 나라에서 사실 공감 갈 일이 없다. 우리에게 없는 타문화를 영화를 통해 경험하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문제없는 사회와 이슈없는 나라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 내외부의 문제점, 공권력을 휘둘렀던 과거 우리 군부의 추악함, 나라를 잃었던 설움과 현재, 전 세계 청년들이 모두 느껴봤을 교육 문제와 실업, 전쟁과 평화, 빈부격차 등등.
힙합은 다른 문화, 다른 언어라 할지라도 그 울타리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다. 문제를 이슈화하고 직시하는 힘.
강력한 메세지로 하나되는 힙합 세상. 우리만의 치맥처럼 '재해석'하면 되는거다.
우리도 나름 가사 검열이 심했던 때, 비리 경찰과 돈 많은 자들을 비판하던 노래로 세상을 풍자하던 시대를 거쳐왔다.
사랑도 좋고, 내가 최고인 것도 좋고, 돈 많고 애인 많은 것도 좋겠지만 포화 상태의 주제에 대중들은 등을 돌린다.
미국 내에서도 마약과 돈, 섹스가 힙합의 전통처럼 이어져 온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있는 '척'도 적당히 해야 '멋'이 되지 않겠는가. 영화처럼 그 시작의 메세지가 주는 '무게'가 힙합을 창조하지 않았던 우리와는 사뭇 다름을 이해해본다.
뜬금없지만 한 순간이라도 재미있는 걸 많이 해봐야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총 쏘거나 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한 방'도 찾는다.
힙합을 좋아하고, 이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즐기실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갱스터 랩의 시작을 알아가는데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지도.
마지막으로 올드 스쿨에 대한 리스펙을 전하며,
Rock and Roll 명예의 전당에 오른 N.W.A의 아이스 큐브의 감사 인사를 끝으로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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