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하루 (1998) - Eternity and a Day, Mia aioniotita kai mia mera
감독: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 / 주연: 브루노 간츠, 이자벨 르노
[2017. 11. 28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정리]
학창시절 영화제를 핑계로 간 부산에서 뭔가 재미있는 해프닝을 기다리던 젊은 날.
극장에서 오래오래 영화보기같은 대회도 있던데... 낯선 나라의 영화를 그 어두운 공간에서 4편을 연달아 본다는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요상한 일본영화 2편과 인도영화 한편, 그리고 나라 이름도 기억못하는 예술영화를 보고 녹초가 된 나는
영화제를 참석한 연예인들을 흘끗 쳐보다가 땅에 떨어진 '월드 시네마 회고전'이라고 써있는 팜플렛을 본다.
[영원과 하루] 테오 앙...앙겔로풀로스.
유명한 감독인가 보다. 회고전이라니. 세상엔 내가 모르는 유명한 감독들이 너무 많아.
10여년이 지나 이제서야 그때의 궁금증 덕에 영화를 본다.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1998년작 [영원과 하루]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늙은 시인 '알렉산더'.
병원행을 거부하고 평생의 숙원이었던 19세기 시인 '솔로모스'의 시어를 찾는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여행을 떠나기전 기르던 개를 딸에게 맞기고자 그녀의 집을 찾았을때,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안나'가 쓴 편지를 우연하게 찾게된다. '안나'의 편지에는 오직 일에만 몰두하느라 자신을 외롭게 만든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진하게 녹아있다.
현실과 과거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가족과의 단란했던 추억을 통해 알렉산더는 자신의 어리석었던 과거를 후회하고.
여행의 시작점에 만난 알바니아 난민 소년을 도와주게 된 알렉산더는 소년에게서 '솔로모스'의 잃어버린 시어를 전해듣고, 불멸의 시어란 자신의 주변에 함께 있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난민 소년은 그의 정신적 지주인 '셀림'형의 사망으로 눈물 흘리고, 병실로 아픈 어머니를 찾아간 알렉산더는 왜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후회를 하는가 하는 자문으로 스스로를 책망을 한다.
소년을 보내고 홀로남은 알렉산더는 사위가 팔아버린 오래된 자신의 집을 찾아가고... 어둠 속에서 문이 열리면 그의 가족들과 떠난 아내가 그를 맞이 한다. 아내와 춤을 추며 내일이란 영원과 하루와 같다는 진실을 얻는 '알렉산더'.
넘실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불멸의 언어를 외치고, 그 어린 날에 자신을 부르던 어머니의 아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작품은 신화의 모습을 가져온 우화나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지속적인 여정등이 많이 있다.
때문에 자아 성찰의 시선, 공간과 시간에 대한 고찰, 느린 쇼트등이 지배적이며 이런 연출을 독자적인 스타일로 구축한 감독이다. 미장센 역시 강압적으로 통제한 금기의 시대를 침묵과 느린 시선으로 보는 감독만의 영화 언어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1935년 그리스 아테네 생이신'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doros Angelopoulos)'. [영원과 하루]를 만든게 60세가 넘어서 만드신것.
아테네에서 법률 공부를 하시다 1960년대에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했다. 졸업을 하고 바로 그리스에 돌아가지않고 파리국립 영화학교(IDHED)에 입학, 1년후 중퇴, '장 루슈'의 인류학 다큐멘터리 연출부에 들어간다.
파리에서 68혁명(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일으킨 사회변혁운동. 일명 5월혁명.)의 영향을 받아 그 에너지와 가능성의 열정을 가지고 그리스로 돌아와 군사 쿠테타로 발행이 금지당한 신문 '데모크라타키 알라기'에서 영화비평 활동을 한다.
1970년엔 그의 데뷰작이자 그리스 최초의 독립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만들고 세계 영화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스 독재 정치하에서 일명 '그리스 3부작'인 [1936년의 나날들], [유랑극단], [사냥꾼들]을 만들었으니, 이는 모두 검열의 위협과 침묵과 금기의 시대에서 꽃피운 감독의 비판정신이 드러나 있다.
영화의 100년을 맞이하는 1995년, 전쟁이 계속되는 발칸반도를 여행한 형제의 영화 [율리시즈의 시선]을 만들고, 또 다시 잃어버린것을 찾는 감독의 여정이 계속된다.
혹시 그리스나 그 주변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조그마한 팁, '발칸 반도'에 대한 지식백과 링크를 걸겠다. 영화 속에 깔리는 슬픈 정서의 이유가 알고 싶으시다면 백과 하단에 역사 부분을 참고하시라. [출처 Daum 백과]
발칸 반도
북쪽은 도나우 강 하류와 사바 강, 동쪽은 흑해, 남동쪽은 에게 해, 남쪽은 지중해, 남서쪽은 이오니아 해, 서쪽은 아드리아 해 등에 의해 경계가 이루어진다. 발칸 반도는 대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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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알렉산더'와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할아버지가 말한 전설의 섬을 찾아 바다로 향하며 시작된다.
잊혀진 것, 전설의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이 여행은 유년 시절의 꿈으로 시작하여 늙은 시인의 깨달음으로 마무리한다.
우리가 찾아 헤메는,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전설을 실체화 시키기 위해서 감독은 현실과 기억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알렉산더'가 과거를 회상하거나 말로 내뱉으면 장소와 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한 프레임안에 함께 담겨진다.
젊은 시절의 아내와 함께 할 수도 있고, 100년 전에 존재하던 시인과 대화 할 수도 있다.
영화의 슬픈 회상과 환상적인 상상들은 모두 이런 씬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인 곳에 여행을 가면 예전에 바로 이 장소에서 유명한 선조들이 했을 일을 상상한다. 영화는 그 상상을 시공을 초월하여 보여준다. 동시에 자국의 언어 즉 시어를 찾는 3명의 여행자들(주인공 알렉산더, 역사 속의 시인 솔로모스, 난민 소년)을 통해서 시대적 아픔을 이해하는 동시에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여러 민족이 뒤엉켜있는 민족과 종교 전쟁의 역사 속에서, 감독은 묵묵히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과 시인의 개인적 반성을 통해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그리스 북서쪽에 위치한 '알바니아'의 국경선에서 뭔지 모를 공포감이 몰려온다.
조국이라 할지라도 돌아가봤자 불행한 삶을 살 것같은 소년과 타국에서 그리스로 돌아와 곧 죽음을 맞이 할 시인은 눈 앞에 장면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철조망 뒤는 백색의 공포같이 아득하고, 죽은건지 산지모를 사람들의 실루엣은 유령과도 같아보인다. 어린 난민들이 느껴야할 두려움과 고통, 전쟁의 아픔으로 피해입은 나라에서 주인공과 소년이 서로를 안아주어야 할 이유란 여기에 있지않을까?
영화 속 알바니아 소년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코소보 사태'에 대한 링크를 건다. [출처 Daum 백과]
코소보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코소보 사태는 보스니아와 마찬가지로 민족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었다. 세르비아 남단에 위치한 코소보는 알바니아와 전 유고슬라비아에 속했던 마케도니아와 맞닿아 있었다. 당시 코소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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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작품이다. 해석을 하기보다 개개인의 가슴에 남을 감정을 느끼면 충분한 영화 일지 모른다.
소중한 것을 꿈꾸며 현재의 답을 찾는 우리는 주변에 널려진 황금을 보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가까이에서 영감을 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눈을 뜨는 이야기는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다.
영화 속의 시인처럼 조국의 비극앞에서는 더한 문제일 것이다.
뭔가를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간은 어리석음을 반복해야 비로소 탄식을 하게 되는 존재인듯 싶다.
우리의 내일을 알지 못하지만 당신이 추억한 오늘 하루는 영원하기를 빈다.
이 리뷰를 처음 썼던 대략 2년 전 '브루노 간츠' 할아버지의 만수무강을 빌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배우이고 많은 영화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나에게 항상 [베를린 천사의 시]의 천사 '다미엘'이었다.
'브루노 간츠'는 2019년 올해 02월 대장암으로 사망한다. 이 영화를 토대로 배우로써 그가 어떤 깨달음과 후회를 했을지 생각해본다.
좀 늦었지만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미지 출처: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21133
https://movie.daum.net/person/photoviewer?id=10677#74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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